지자체 문화 바로서야 성숙한 문화국가
지역 공간도 전문성, 예산 확보해 주민 욕구 채워줘야
양질의 프로그램 공급하고 관람 매너 향상시켜야
<창원-성산아트홀>
서울시 25개 구청의 문화예술 공간운영 실태가 제각기여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저 예산에 낮은 가동률로 공간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아니라 초대권 관람등 공연장 문화의 ABC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는 지자체 공간의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역공간이 목표로 하는 '문화를 통한 주민 삶의 향상'이란 기대치에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 것일까.
근자에 지어진 공간들은 크게 달라졌지만 예전에 지어진 공간들의 대부분은 다목적 공간이어서 음향, 조명 등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가 어려웠다.
아직도 예산과 전문 인력의 문제가 답보 상태인 구민회관이나 지자체 공연장들이 많다. 특히 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순환보직을 하다보니 전문성 부족과 겹쳐 한계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구민회관의 경우 관장의 직급이 너무 낮은데다 1% 의 재량권도 없는 곳이 많아 운영이 겉돌고 있는게 속사정이다.
기초문화를 구현하는 이들 공간들이 정상 운영되어야 다음 단계로의 문화로 옮겨 갈 수 있고 문화성숙이 가능한데 우리는 이런 풀뿌리 문화에 너무 소홀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자치 문화강국으로 지역 공간에서 오페라 ,발레 등 고급문화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고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잘 발달되어 있다.
우리는 오랜 권위주의를 거쳤지만 아직도 이름만 주민자치라했지 관과 민의 협조 쳬계가 부실하고 경직성을 벗어나지 못해 바람직한 주민자치 문화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모든 구민회관, 자치단체 공간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미 우수한 공연 실적을 보이는 곳이나 이제 법인화를 시작해 의욕이 높은 곳도 늘고 있다.
경기도권만 해도 (경기도문화예술의전당, 의정부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고양아람누리극장)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김해문화의전당, 전주소리문화예술의전당 등 운영 전문화와 활성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창원시의 성산아트홀(관장: 김혜경)의 경우, 능력있는 관장의 역할이 한 도시의 문화마인드를 바꿔 놓을 만큼 극장 활성화가 파급 효과가 가져오고 있다.
머지않아 지자체가 과거처럼 형식적인 공모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에서처럼 관장이나 문화재단 이사장을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의 스카웃 전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 곧 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왜냐하면 시장, 군수, 구청장이 뽑은 인재가 일을 잘하면 자치단체장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지만 잘못 뽑아 예술단체가 불협화음을 일으키거나 노조가 꽹과리 치고 데모만 일삼는다면 자치단체장의 재임은 물건너 가지 않겠는가.
그도그럴 것이 공연장은 타 시설공간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산하기관과 달리 시민접촉이 가장 많고 상징성이 높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오페라단 등에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명예총재를 하는등 그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것이다.
주민의 문화욕구가 충족되면, 문화로 화제가 되는 도시라면, 자연스럽게 자치단체장은 가만있어도 인기가 상승하는데 왜 이런 단순한 사실을 학식 높은 분들이 이해하지 못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최근 區 단위마다 문화재단이 만들어지는 것도 반가운 현상. 그러나 서울시의희 양창호 의원(한나라당)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시의 25개 구청의 건립 및 리모델링을 위해 서울시가 부담한 예산은 1,541억 92백만 원이며, 이들 시설의 최근 3년간 운영비로 911억 50백만 원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애초에 좀 더 면밀히 지어져 최하 100년은 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반듯한 극장짓기가 아니라 예산, 공기 등이 졸속으로 이뤄져 만들자마자 리모델링에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지만, 책임 문제가 있어 몇 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음향이나 조명이부족해 외부 용역회사를 불러야 하는 경우도 있어 이래 저래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 음향과 시설이 나쁘니까 자연이 좋은 예술가들이 기
피하고 주민들에게 초대권이나 뿌려 마지못해 공간을 돌리는 한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초대권 배포는 스스로 문화 죽이는 자가당착
가까운 일본만 해도 '초대권이 무슨 말이냐?' 반문할 정도로 지역이 고르게 발전해 있는데 우리는 초대권이 주민을 위한 시혜로 생각해 지방에 가면 대다수가 초대권으로 관객을 모우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의 티켓 구매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티켓 구매력이 없으면 결국 우수 공연들이 해당 지역을 피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좋은 공연을 볼 수 없게 된다. 결국 자가당착으로 지역간의 문화 격차가 심화된다.
그뿐만아니라 예술가들이 힘들여 만든 작품을 '공짜'로 보는 것은 예술에 대한 관객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또 초대권 살포는 무능력한 행정력을 감추는 수단이 될지는 몰라도 이렇게 되면 극장 운영 노하우를 쌓을 수 없어 이 역시 지역간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초대권을 뿌려야 관객이 오는 도시와 좋은 공연을 티켓으로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점점 문화가 격차가 커지게 되고, 문화 없는 도시는 아이들 교육상에도 좋지 않다는 부모들의 판단 때문에 인근 도시로 주거를 옮기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한 도시의 문화를 단 1분만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지자체의 시립교향악단이나 합창단이 티켓을 초대하느냐 매표 하느냐만 보아도 안다. 초대권이 뿌려지고 있다면 자치단체장의 마인드나 지역의 문화 상황, 나아가 관장의 역량이 어떤지를 단번에 알수 있는 것이다.
티켓이 팔리지 않는 도시를 매니지먼트들이 잘 파악하고 있어 계속해 이들이비켜가면서 낙후된 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급기야 공연을 보러 자기 주거권을 벗어나는 현상마저 생기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에 주민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프로그램이 티켓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 스스로가 만든 자치 프로그램이나 학생들의 향상 발표회 같은 어느 정도사정을 감안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점진적인 향상을 해야하고 가능한 단돈 1천원이라도 티켓을 사는 쪽으로 가는 것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좋을 것 같다.
한 예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서 매월 한 차례 진행하는 '우리동네 작은 음악회' (회장: 민정기)는 100회를 넘긴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천원을 받으며 주민 스스로가 기획에서 부터 모든 것을 제작하는 가장 성공적인 주민자치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주민자치 문화 활성화가 중요하고 이제 주민들도 양질의 프로그램에 의견을 낼 만큼 지역 문화 공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음악문화 코리아 임학빈 사무총장은 서울시 전 지역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만들기 프로젝트인 '베토벤 바이러스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앞으로 시민평가단을 만들어 주민 프로그램에 모니터를 하면서 기초문화 활성화에 더욱 힘을 보탤 것이라 한다.
공간운영이 이렇게 중요한데도 관장에게 권한을 주지 않거나 區나 市의회가 지나치게 예산대비 수익률만 따지고 채산성만 강조하는 것은 문화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민회관은 절대 수익률을 따져서 되는 공간이 아니라 이보다는 얼마나 양질의 프로그램을 올리고 있는가를 따져야 한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방송과 야외음악회에서 대중연예물을 많이 소화하고 있는데도 대중가요 등 오락물을 올리기엔 부적합한 작은공간에서 조차 대중공연을 하지않는다고 큰소리치는 시장이나 의회 의원들이 아직도 많다니 이래 저래 마인드 개선이 시급하다.
결국 이들 오피니언의 문화수준이 한 도시의 문화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고 이런 지자체에 능력있는 관장이 붙어나지 못해 자리를 뜨는 현상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비해, 서울시는 지난 10월 서울시 문화정책국은 문화 분야 인센티브 결과를 발표해 각 구청의 사기를 진작 시켰다. 최우수구로 구로구, 노원구(각 2억원), 우수구 영등포구, 마포구(각 1억 5천만원), 모범구로 동대문구, 송파구, 성북구, 강서구, 강동구, 성동구(5천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런 평가가 말해주듯 노원문화예술회관의 경우 全 구청 중 가장 많은 공연예산 20억(인건비 포함 30억)을 확보하고 前 중앙국립극장장을 지낸 최진용 극장을 영입하고 전문 직원시스템, 일체의 구나 의회의 간섭 배제로 훌륭한 극장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종로구 광화문아트홀은 연간 사용 관람객이 3, 866명으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고 설립 당시부터 교통이 불편해 공간 활용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자치단체장, 의회 의원들 문화를 보는 눈 달라져야
최근의 조사 자료를 보면 예산 문제도 “노원, 충무, 마포, 구로의 예산을 합치면 서울시내 25개 구민회관 예산의 90%가”된다니 구 의회가 각 區 議會가 문화 예산을 비교해서라도 조절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 이들 공간에서 펼쳐지는 콘서트 및 행사가 자칫 구청장의 ‘표심’을 확보하는 기회로 잘못 인식되어 불필요한 축사나 인사로 공연문화 질서를 헤치는 경우도 있어 이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풀뿌리 문화를 개선하고 기초 문화를 세우는데 지역 공간은 접근성, 주민 친화력 등 분명 장점이 있다. 이들 공간이 주민의 문화 이해, 지역 아티스트와 소통 등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화관과 다른 기능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유럽 선진국의 지역문화만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공간의 효율성 확보, 양질의 프로그램, 공간 전문성, 네트워크를 통한 소프트웨어 공유, 예산 확보의 문제를 통해 새 패러다임의 지자체 공연문화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그래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市,郡, 區 자치단체장은 물론 市, 郡, 區 의원들의 문화마인드 업그레이드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말로만 문화시장, 문화군수, 문화구청장이 아니라 주민 피부에 닿는, 향기의 문화가 생활화 될 수 있도록 기초문화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
문화저널21 탁계석 논설주간 (음악평론가) master@mhj21.com
참고자료 : 25개구 최근 3년간 시설가동률
종로구 [구청장 : 김충용(金忠勇)] - 광화문아트홀 65% / 구민회관 96%
중구 [구청장 : 정동일(鄭東一)] - 충무아트홀 83% / 구민회관 66%
용산구 [구청장 : 박장규(朴長奎)] - 건립중
성동구 [구청장 : 이호조(李浩助)] - 소월아트홀(구민회관) 50%
광진구 [구청장 : 정송학(鄭松鶴)] - 나루아트센터 67%
동대문구 [구청장 : 방태원( 方泰元 )] - 문화회관 96% / 구민회관 55%
중랑구 [구청장 : 문병권(文秉權)] - 구민회관 50%
성북구 [구청장 : 서찬교(徐贊敎)] - 구민회관 35%
강북구 [구청장 : 김현풍(金顯豊)] - 삼각산(문화예술회관) 74%
도봉구 [구청장 : 최선길(崔仙吉)] - 구민회관 87%
노원구 [구청장 : 이노근(李老根)] - 문화예술회관 76% / 구민회관 96%
은평구 [구청장 : 노재동(盧載東)] - 문화예술회관 62%
서대문구 [구청장 : 현동훈(玄東勳)] - 문화회관 51%
마포구 [구청장 : 신영섭(申英燮)] - 마포아트센터 77%
양천구 [구청장 : 추재엽(秋在燁)] - 문화회관 48%
강서구 [구청장 : 김재현(金在炫)] - 구민회관 80%
구로구 [구청장 : 양대웅(梁大雄)] - 아트밸리예술극장 65% / 구민회관 86%
금천구 [구청장 : 한인수(韓仁洙)] - 금나래아트홀 43% / 구민회관 89%
영등포구 [구청장 : 김형수(金亨洙)] - 영등포아트홀 62% / 문화원 95%
동작구 [구청장 : 김우중(金禹仲)] - 구민회관 47%
관악구 [구청장 : 박용래 (朴 龍 來)] - 문화관 75% / 구민회관 95%
서초구 [구청장 : 박성중(朴成重)] - 구민회관 75%
강남구 [구청장 : 맹정주(孟廷柱)] - 구민회관 76%
송파구 [구청장 : 김영순(金榮順)] - 문화예술회관 26% / 구민회관 51%
강동구 [구청장 : 이해식] - 구민회관 91%
[문화저널21]2009/12/04 : 탁계석 논설주간 (음악평론가) master@mhj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