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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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세토 연극제 관람평
작성자김 * *등록일2003-11-06

 이 관람평은 대진대학교 문화기획 과목에 제출한 레포트중에서 선정한 것이며

참고로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2학년 학생이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베세토 연극제

-그들만의 축제? 어우러짐의 축제!-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함께 연극제를 이끌어 나간 지 벌써 십 년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을, 하지만 뭔가 분명히 얻은 게 있을 긴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십 년이면 뭔가 조금은 이루고 다시 돌아볼 수 있는 때이다. 그렇다면 이 세나라가 만들어 가고 있는 연극제의 참다운 의미와 의의, 향후 방향은 어떠해야 할지 다시 짚어보자.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참으로 묘한 관계의 나라들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갉아먹고 한편으로는 타협했다. 지리적인 문제도 있지만 참으로 많이 닮아도 있고, 한편 참 많이 다르다. 하지만 꼭 하나, 이들 세 나라는 분명 아시아의 큰 축이며 아울러 아시아에 이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 나라의 혐력과 교류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특히 예술, 연극의 교류라 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연극이 가지는 인류 보편적인 힘과 그 반대의 문화적 특수성이라는 상반되는 에너지들로 교류에 있어 가장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베세토 연극제는 세 나라가 문화를 교류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아울러 세계에 알리며 그를 통해 아시아문화를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또 예술 교류인 만큼 상호교류를 통해 공연예술의 창작정신을 고무시키고 동양연극의 주체성과 미학적 가능성들을 찾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세계의 흐름을 읽고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함께 준비해 나가는 것이 이 연극제의 목표이다.

이 연극제를 통해 세 나라의 특색 있는 연극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친다면 과연 이 연극제를 제대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것일까? 연극제, 연극의 축제이다. 각 나라마다 제각기 특색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축제라 함은 함께 어우러짐이 있어야 한다. 각 특색이 있는 사이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들의 모습을 보면 세 나라가 팽팽히 삼각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는 교류와 상호협력을 이야기 하고있지만 이들에게서 융합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히 연극들만 나열한다고 해서 그것이 연극제의 모두는 아니다. 연극제의 주제가 살아야하고 뼈있는 교류의 장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연극제의 주제가 선명히 떠오르고 그 주제에 맞는 축제의 놀이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를 더욱더 깊이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함께 도약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한편 세 나라의 문화의 교류를 목표로 한다면 그 문화의 핵심인 민중, 시민들의 권한은 얼마나 살아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아니 던져볼 수 없다. 문화라는 것은 특정계급들만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루는 전반적인 흐름이고 에너지이다. 그것들을 교류함에 있어 그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이 같이 참여되지 못한다면 그 얼마나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일일까.

이 일에 관하여 이번 연극제의 의정부시 개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런 큰 연극제가 서울을 벗어나 열리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에서 벗어난 문화적 교류이자 연극축제,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일 수 있으나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고 더 섬세하게 이루어져야할 작업들이다. 하지만 의정부시에서 열린 이번 연극제는 정말 아쉬움이 크다. 주체 측에서는 큰 행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홍보가 미약했고 이는 결정적으로 몇몇들의 그들만의 축제로 그치게 만들었다. 아울러 시민들의 참여와 만족도는 어떠했을까. 과연 그들은 연극에서 얻어야만 하는 현실의 고통에서 지친 정신을 위로 받았을까. 외국작품관람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오셔서 빠른 자막에 혼란스러워 하시다가 결국 주무시는 모습은 정말로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그들이 핵심이 되어야하고 그들을 위한 축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편 모든 공연이 끝나고 폐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 곳의 분위기는 이질감과 형식 차리기, 분리된 느낌을 주었다. 공연 감상평과 질문시간, 폐막식에서 보여줬던 진행팀의 모습은 그들끼리의 인사치레나 서로 칭찬주고 받기에 정신이 없었고 몇몇 간부들만이 주인공들로 부곽된 행사였다. 그들 사이에서 우린 들러리였다고나 할까.    연극이라는 것은 특히 연극제라는 것은 신분과 계급과 지위 모든 것을 떠나 모두 평등해지고 함께 즐기는 축제이어야 하는데 이는 무슨 격식 차리기 행사 같았다고나 할까.

시민들, 우리들의 마음조차 움직이지 못하고 닫힌 연극제라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고 효과가 있는 연극제일까.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과 연출가를 만나는 영광스럽고 감격스러운 기회는 아주 뜻깊게 다가왔다. 특히 스즈키 타다시의 「시라노 드 벨쥐락」은 일명 ‘스즈키 스타일’의 환상적인 기교와 극적 일루젼을 만들어냈다. 그는 작품의 작가와 만나 소통하고 그 작가의 의도와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사고했고 그것을 연극에 반영시켰다. ‘왜’라는 끊임없는 질문들은 연극을 보는 관객인 우리들도 끊임없이 발산되었고 그것은 우리에게 의문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슴 깊이 파고들게 했다. 감동은 쉽게 잊혀지지만 의문은 가슴깊이 새겨지리라. 한편 이 작품에는 스즈키의 일본의 냄새가 아주 짙게 배어있다. 노오의 정․중․동이라던가 발의 문법, 선(line)이 살아있는 춤, 동작들이 신선하면서도 자극을 주었다. 그들의 알 수 없을 듯한 움직임들과 기호화된 동작들은 하나의 영상처럼 다가오면서도 생동감과 집중감을 유발시켜 점점더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마치 마술을 보듯 신기한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또한 국어, 언어를 초월한 극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각기 다른 언어사용이나 외국배우의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배우들간의 조화도 환상적이었지만 언어의 비 통일은 결코 거슬리지도 않고 오히려 신선한 재미를 제공해 주었다.

음악 또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마치 하나의 가지에서 뻗어 나온 잔가지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음악들은 배우의 마음이나 극적 상황을 서정적이고 낭만적이게 느껴지도록 유도했다. 또 무대장치를 옮기거나 배우들의 등 퇴장 등 움직임에 리듬을 제공했고 그럼으로써 그러한 것들도 하나의 연기나 춤처럼 보이게 했다.

이 극은 참으로 정적이고 공간을 무한한 상상력으로 가득 채우며 배우들의 동작들과 신체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시각적으로 즐거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적인 모습에서 더욱더 극 속으로 몰입하고 그 속에 내재된 압축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극 중 인물 쿄조의 상상 속과 현실의 인물들 간의 만남들이 인상적이었다. 쿄조 역의 배우는 솔직하고 진지한, 진솔한 연기를 보여줬고, 그래서 그의 고뇌와 행동들에 당위성이 붙고 있는 그대로 와 닿았다. 여배우들의 움직임은 가히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줬는데, 그 움직임들이나 오감들이 생생하게 와 닿고 한편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점점 쌓여 가는 에너지들은 마지막 쿄조의 절규에서 폭발하듯 터지는데 이때는 마치 극도의 에너지로 인한 순간의 정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찔한 감동이었다. 이때 눈처럼 마구 떨어지는 꽃잎은 이슬처럼, 눈물처럼 감정에 호소한 촉감을 내며 한없이 아래로아래로 내려앉는다.

이 연극의 줄거리는 별로 그리 흥미롭진 않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 놨느냐가 관건이다. 현재의 수많은 죽은 연극들을 보면 소재의 고갈과 기교의 부족, 당위성과 상상력의 부재, 본질을 무시한 이야기의 전개 등의 이유를 들 수 있는데, 이 극이 아름답고 생생한 일루젼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것은 이 극의 이야기가 아닌 형식, 어떤 식의 풀어내기였는가 인 것이다. 이 것이 스즈키 타다시의 힘이고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연극의 길이 아닐까.

이러한 좋은 극들이 공연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일 것이나, 이런 공연이 올려지는 것의 의미를 절실히 깨닫고 좀더 유용하고 뜻 깊게 연극제를 치러야 할 것이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소란스럽고 자막의 열악한 상황과 예술의 전당의 안내표의 부정확함, 공연 진행자들의 불성실함 같은 기본적인 예의에 해당하는 문제들도 많이 지적할 만 하고, 무엇보다 홍보에 있어서 취약했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다.

훌륭한 연극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고 한국, 중국, 일본이라는 이 묘한 관계의 세 나라의 연극제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지만, 의정부시개최에 있어서의 부족함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울러 베세토 연극제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추진되어 연극제가 열린 것이 참 다행이고 어렵긴 하지만 이제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깊이 있는 진정한 의미의 연극제를 열어나가야겠다.

그들 스스로 속에 갇히고 국한된 범위 안의 축제가 아니라 펄펄 살아 숨쉬며 날뛰는 연극의 놀이 마당, 우리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마당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나라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아우르는 핵심을 가지고 다 함께 이해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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